30대에 지방 상급대학병원인 울산대학병원에서 신장암 1기 수술을 받고 추적 관찰 중이다. 신장암을 발견하게 된 과정과 치료 과정 등을 남겨두고자 한다.
'내가 정말 암에 걸렸다고?'
회사에서 암에 걸리신 분들을 가끔 보기는 했지만 정말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술도 많이 마시는 편은 아니고 담배도 펴본 적이 없다. 양가 친척까지 모두 포함해서 암에 걸리신 분이 없기에 어머니께서 보장성 암 보험 가입하라고 여러 번 권유하셨을 때도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유튜브나 강의에서 듣기로는 가족력이 없다면 40대가 되기 전까지는 굳이 보장성 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래도 온라인 다이렉트 보험 위주로 살펴보니 정말 저렴한 것이 있기에 하나 정도만 가입해 뒀다. 이 때 가입해둔 보험이 그토록 쓸모 있을 줄은 전혀 예상못했다. 그래도 진짜, 30대에 암에 걸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정밀 검진 - 복부 초음파
작년 10월경, 직장 복지 차원에서 처음으로 정밀 검진을 받았다. 약 8년 전, 해외 파견을 하러 가기 전에 약식으로 정밀 검진을 받기는 했으나 수면 내시경까지 포함해서 받는 것은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수면 내시경을 해보는 것이기에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들었는데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견되었다.

복부 초음파를 받으면서도 계속 수면 내시경이 잘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교수님이 자꾸 왼쪽 복부를 살펴보시면서 고개를 갸우뚱하셨다. 금방 끝날 거라고 생각했던 터라 왜 그러실자 의아했는데 교수님께서,
"혹시 암 가족력이 있나요? 담배는? 아직 확실치는 않지만... 일단, 지금이라도 찾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상세하게 봅시다. CT 봐야 하겠네요."
정말 당황스러웠다. 아직 30대이고 가족력도 없는데 무슨 암?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암'이라는 단어가 현실적으로 다가오지를 않았다. 지나고 나서 보면 이때 초음파 교수님께서 놓치지 않고 찾아주신 것에 정말 감사하다.
비뇨의학과 외래
10월 말에 바로 비뇨의학과로 외래가 잡혔고, 교수님께서는 일단 바로 CT 찍자고 하셨다. CT 결과를 기다리면서 조금씩 마음의 준비를 했던 것 같다. CT를 급하게 찍어보자고 하시는 것을 보니 뭔가 있긴 있구나. 정말 암일 수도 있겠다.
1주 후, 다시 교수님을 뵈러 갔고, 자리에 앉자마자 "수술해야 하겠네요. 90% 이상 확률로 암이 맞습니다. 크기는 2.5cm 정도라서 1기고 전이 없어 보이니 빨리 제거하죠"라고 하셨다. 어느 정도 마음을 먹고 있었기에 큰 충격은 아니었지만 정말 기분은 이상했다. 출혈도 적고, 회복도 상당히 빠른 로봇 수술을 권하신다고 하셔서 알겠다고 하고 서명하면서도 여전히 남의 일처럼 느껴졌다.
울산대병원 내, '로봇 코디네이터'로 도움을 주시는 간호사분들이 계신다. 로봇 수술이 생경하게 느껴질 수 있기에 어떤 수술인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무엇보다 1,000만 원이 넘어가는 신장암 수술 비용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실손 보험이 있는지 같이 알아봐 주신다. 다행히도, 어머니께서 예전에 가입해 주신 1세대 실손이 있어서 비용에 대한 부담은 덜 수 있었다.

회사에 가서 주위 분들께 말씀드리니 하나같이 놀라셨다. 암에 걸리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고는 해도 30대에 암에 걸리는 경우는 흔치 않아서였을 거다. 팀장님께서 최대한 빨리 업무 분담을 하고 휴직 들어가는 데 문제없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다.
여러 번 생각해 봤다. 왜 암에 걸렸을까? 담당 교수님께서도 원인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하셨다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큰 원인은 스트레스, 불면인 것 같다. 직장에서 받아왔던 스트레스가 주원인이지 않을까?

자다가도 업무 생각에 이른 새벽에 눈을 뜬 적이 정말 많다. 수많은 명상 영상도 보고, 다양한 시도를 다 해봤지만 1주일에 이틀 정도만 잠을 깊이 잘 수 있었고 그 외에는 3시간 정도밖에 잠을 못 잔 날들이 많았다. 내가 실수했던 것들이 생각나거나, 내가 놓친 것 때문에 나중에 큰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지 등 온갖 생각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았다.
수술 일자를 확정하고 업무를 나누다 보니 점점 긴장이 풀어졌다. 여러 수술 후기들을 읽어보면서 다시 긴장하기도 했지만 수술 전까지는 대체로 잠을 깊이 잤다. 어찌 보면, 정말 크게 아프기 전에 몸이 스스로 경종을 울린 것인지도 모르겠다.